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- 도종환
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- 도종환 아기의 웃는 얼굴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. 아무런 욕심도 티도 없는 얼굴, 흠도 죄도 모르는 뽀얀 얼굴로 웃고 있을 때 그 무구한 모습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. 노란 산국 위에 앉았다 발에 향기를 묻힌 채 어깨 위로 날아와 날개를 흔드는 고추잠자리, 그 위에 가을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와 있을 때, 가을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. 평소에 늘 존경하고 가까이 하고싶은 사람이 손수 쓴 짧은 편지가 든 우편물을 받았을 때, 그가 쓴 글씨체까지 가슴에 정겹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을 때, 라디오를 켜는 순간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, 제임스 골웨이의 플룻에 맞춰 부르는 끌레오 레인의 허밍이나 장 필립 오든의 ‘일생’같은 첼로음악을 만났을 때 음악이 끝나고 나면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..